10주년 맞은 구미국립극단 명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구미에서 펼쳐진다

중국 4대 비극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고선웅 연출작

최선경 기자

skchoi121@naver.com | 2025-11-27 10:20:25

▲ [조씨고아2023서울][공연]공연사진
[뉴스스텝] 구미시는 국립극단의 창작 레퍼토리 명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오는 12월 5일 19:30, 12월 6일 14:00,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은 국립극단의 대표작으로, 구미 관객에게 수준 높은 연극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4대 비극에서 출발한 대서사시, 한국 연극사에 새 장을 열다
2015년 ‘동양의 햄릿’으로 불리는 중국 4대 비극 『조씨고아』(원작 기군상)를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연출하며 첫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초연 이후 동아연극상·대한민국연극대상 등을 수상하며 단숨에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창작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에는 원작의 출현지인 중국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한류 역수출’이라는 새로운 기록도 남겼다.

매 시즌 연이은 매진과 기립의 신화를 이끌며 누적 관객 수는 3만 6천 명을 넘어섰고, 시즌마다 국립극단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치열한 티켓팅 열기를 만들며 독자적 팬덤까지 형성해‘믿고 보는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창작극이 10년 이상 꾸준히 재공연되며 관객과 호흡을 이어가는 일은 한국 연극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작품성과 대중성, 예술적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은 결과다.

지금 이 시대가 다시 불러낸 고전의 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그 서사가 지금 우리 사회와 날카롭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부당한 권력과 폭력, 분열의 시대에 정의를 묻고, 복수·화해·인간의 양심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 원대 잡극 『조씨고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작한 고선웅 연출의 각색은 고전의 서사와 현대인의 삶을 교차시키며, 관객이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의 윤리와 사회적 감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거대한 복수 서사 속 인물의 감정을 치밀하게 직조한 연출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극은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문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조씨고아’를 지키기 위한 정영의 선택과 헌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었던 시골 의사 정영은 갓난아이였던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 정발로 숨겨 키우고, 정영을 측근으로 믿어온 도안고는 정발을 양자로 들이며 비극의 서막이 열린다. 장성한 정발에게 조씨 가문이 겪은 참혹한 진실을 털어놓는 장면에서 정영은 오랜 침묵을 깨고 복수를 부탁하며,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과 신의, 대의를 둘러싼 고뇌로 깊어져 간다.

작품은 원작 중국 희곡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인물의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 관객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한다. 복수의 허망함과 삶의 비극성처럼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지만, 적절히 배치된 희극적 장면은 긴장과 완급을 조율하며 서사의 몰입도를 높인다.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이 연극적 리듬은 극 전체의 정서를 풍부하게 확장시키며,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윤리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미니멀한 무대와 명품 배우진이 빚어내는 몰입의 순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독특하고 대담한 무대 연출 또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강한 상징성을 필두로 복잡한 장치 대신 텅 빈 무대가 자리한다. 몇 개의 대·소도구와 조명의 빛과 그림자 대비로만 만들어지는 극의 긴장감은 칼로 베는 듯한 비극적 정서와 인물의 감정선에 관객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짙은 여운을 남긴다. 한지, 천 등 한국적 질감을 살려 제작된 의상과 소품은 이러한 시각적 절제 속에서도 강한 정서적 잔향을 남기는 한국적 미학의 힘을 톡톡히 보여준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역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정영 역(役)의 하성광, 도안고 역(役)의 장두이 등 초연 멤버들은 10년 동안 쌓아온 호흡으로 캐릭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자연스럽고 정확한 연기 호흡은 관객을 극의 흐름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올해는 이호재 배우가 영공 역(役)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1963년 데뷔해 무대 경력만 62년 차에 접어든 원로 배우의 합류는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가 그 자체로 무대에 분신하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맞이하는 10주년의 기념비적 순간을 더욱 뜻깊게 채울 예정이다.

유영익 구미문화예술회관장은“10년 동안 한국 연극의 한 흐름을 만들어온 국립극단 대표작을 시민들께 소개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연말을 맞아 깊은 울림과 높은 완성도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미문화예술회관은 지역 관객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2025학년도 수능 수험생 할인, ‘2025 구미 아시아 연극제’ 예매자 할인, 한국연극협회 회원 특별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여 폭넓은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구미문화예술회관 누리집(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공연기획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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