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바닷가 책방마을’, 만화책에 감정을 입히다

기차 기다리며 만화책 읽던 동호동의 기억, 도시재생 콘텐츠로 재해석

최선경 기자

skchoi121@naver.com | 2026-07-24 10:40:21

▲ 바닷가 책방마을
[뉴스스텝] 기차를 기다리며 만화책을 읽던 동네의 기억이 ‘감정’을 입은 특별한 책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해시 동호동은 과거 묵호역에서 새마을호 등 열차가 오가던 시절,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곤 했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동해시는 이러한 지역의 기억을 도시재생을 통해 오늘의 문화콘텐츠로 다시 풀어냈다.

동호지구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바닷가 책방마을’은 지역이 간직한 책과 만화의 정서를 살려 지난해부터 만화책을 들여놓고, 이용자의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읽는 ‘감정 큐레이션’을 접목해 운영하고 있다.

감정 큐레이션은 처음부터 계획됐던 콘텐츠는 아니었다. 당초 바닷가 책방마을에는 지역의 옛 정서를 살린 만화카페형 독서공간이 구상돼 있었다.

그러던 중 2025년 10월경 『트렌드 코리아 2026』 출간 이후 ‘필코노미(Feelconomy·감정경제)’라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하면서 공간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을 책방에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구성안을 보완하고, 단순히 만화책을 읽는 공간에서 ‘오늘 나의 감정에 따라 책을 고르는 공간’으로 콘텐츠를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만화책을 무기력, 화남, 불안, 우울, 위로, 현실도피 등 6가지 감정으로 나눴다.

일반적인 서점에서 장르나 작가를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면, 이곳에서는 ‘지금 내 마음이 어떤가’를 기준으로 책을 선택할 수 있다.

기운이 없을 때는 무기력, 마음이 조급할 때는 불안, 화가 날 때는 화남,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는 위로 등 자신의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화책 한 권을 골라 읽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한 동해시의 시도가 이후 김난도 작가(서울대 명예교수)의 강연에서 다시 사례로 소개됐다는 점이다.

올해 2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정기 강연 프로그램에서 김난도 작가는 ‘필코노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동해시 바닷가 책방마을의 감정 큐레이션 사례를 소개했다.

트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역의 특색을 입힌 콘텐츠가 실제 공간으로 구현되고, 다시 그 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장 사례로 소개된 셈이다.

무엇보다 바닷가 책방마을의 감정 큐레이션은 유행하는 콘텐츠를 단순히 가져온 것이 아니라, ‘기차를 기다리며 만화를 읽던 동네’라는 동호동의 기억에 오늘날의 감정과 경험 중심 트렌드를 접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바닷가 책방마을에는 감정 큐레이션 서가와 벙커형 독서공간을 비롯해 ‘네컷만화 그리기’, ‘필사 체험’ 등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캠핑존 콘셉트의 다목적 영상관은 독서모임과 소규모 문화활동 공간으로 활용되며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동해시는 앞으로 방문객의 반응과 운영 결과를 살펴 감정 큐레이션과 체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바닷가 책방마을을 동호동의 이야기를 담은 특색 있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전미애 도시정비과장은“바닷가 책방마을은 동호동이 간직해 온 책과 만화의 기억에 새로운 문화 흐름을 접목해 만든 도시재생 공간”이라며 “시민에게는 자신의 마음에 맞는 책 한 권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관광객에게는 동호동만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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