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콘서트하우스‘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 대구시향, 日 후쿠오카 심포니홀 첫 무대 성료
일본 3개 도시 투어 화려한 서막…일본 청중 박수와 환호로 화답
최선경 기자
skchoi121@naver.com | 2025-09-23 15:25:51
[뉴스스텝]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일본 투어의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지난 9월 22일 오후 7시, 후쿠오카 심포니홀에서 열린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 공연에는 월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이번 투어는 2024년 대구콘서트하우스와 오사카 더 심포니홀이 체결한 문화예술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추진된 해외 교류 사업이며, 일본 주요 공연장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성사됐다.
특히 후쿠오카 공연은 오사카 더 심포니홀 극장장 겸 음악감독 기타 히로요시(Kita Hiroyoshi)의 제안으로 실현된 무대이자, 이번 3개 도시 순회공연의 서막을 여는 상징적인 출발점이 됐다.
이날 공연은 지난 19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향 제518회 정기연주회(일본 투어 프리뷰 공연)와 마찬가지로,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올 라흐마니노프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첫 곡으로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에서는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가 협연자로 나섰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제시하는 서주를 마치 숨을 고르듯 정중히 기다린 뒤, 첫 음을 단호하면서도 내밀하게 시작했다.
서정성과 긴장감을 오가는 섬세한 터치로 곡의 정서를 밀도 있게 풀어냈으며, 특히 2악장에서의 절제된 감정 표현은 청중을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균형을 세심하게 조율하며,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에 담아낸 고독과 긴장, 극복의 서사를 과장 없이 진지하게 풀어냈다.
감정선은 절제되어 있었고, 전체적인 전개는 밀도 높게 구성됐다.
연주가 끝난 뒤 객석은 여운을 즐기는 듯 짧은 침묵 끝에 큰 환호로 응답했으며, 관객들은 카네코 미유지와 대구시향이 빚어낸 아름다운 조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이어 연이어 터져 나오는 브라보 환호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이에 응답하듯 피아니스트 카네코 미유지는 앙코르곡으로 리스트의 ‘위안’ 중 제3곡 ‘렌토 플라시도’를 선보이며 감동을 더했다.
휴식 후 이어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에서는 대구시향의 음악적 깊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곡에서 백진현 지휘자는 악장 간 흐름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하나의 응축된 이야기처럼 곡을 이끌었다.
현악기의 풍부한 질감과 목관의 유려한 호흡, 금관의 절제된 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곡 전체에 균형감을 부여했다.
약 60분간 이어진 연주에서 단원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섬세한 표현을 선보였고, 작품이 지닌 서정성과 웅장한 구성을 탁월하게 구현해 냈다.
공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객석을 가득 메운 박수와 환호 속에서 대구시향은 앙코르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 중에서‘왕벌의 비행’을 선보였다.
빠른 템포의 정교한 속주와 섬세한 음색의 조화가 돋보인 앙코르곡 하나만으로도 대구시향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관객들은 마지막 음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큰 박수로 화답하며 한국 오케스트라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호응을 보여줬다.
후쿠오카 공연을 관람한 대학생 히다카 유키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었는데, 정말 다이내믹하고 스케일이 크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매우 화려한 연주였고, 특히 협연 무대에서 한일 양국의 음악을 통한 국제적인 문화 교류가 돋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치바현에서 온 클래식 음악 애호가 마쯔바라 스스무 씨는 "후쿠오카에 출장 목적으로 왔다가 공연 소식을 듣고 관람하게 됐다. 라흐마니노프는 평소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데, 오늘 이렇게 그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 특히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주는 장엄하면서도 섬세하게 느껴졌다.
연주를 들으면서 큰 감동과 함께 그들의 실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을 마친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무대에 올라 첫 음을 시작하자마자 객석으로부터 음악에 대한 깊은 집중과 환대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피아니스트와 단원들, 그리고 관객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경험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감정선을 일본 관객들과 나누며 우리가 준비한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남은 도시들에서도 대구시향이 가진 진정성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을 기획한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국경을 넘어선 상호 신뢰와 협력이 오늘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히로시마, 오사카까지 이어지며 한일 문화예술 교류의 견고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음악은 결국 사람을 잇는 언어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그 언어로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예술적 가교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향은 9월 24일 히로시마 JMS 애스터플라자, 25일 오사카 더 심포니홀 무대에 오른다. 히로시마 공연은 주히로시마대한민국총영사관의 초청으로 마련됐으며, 지역 시민과 교민 사회를 아우르는 특별한 문화 교류 및 화합의 장이 될 예정이다.
이어지는 오사카 공연은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자 중심인 오사카 더 심포니홀에서 열린다. 대구시향은 후쿠오카에서 선보인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오르며, 이번 일본 투어의 정점을 장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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